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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이디스

이기희

 

   
 
 

 

 “딩-동, 딩-동. 누구세요?”
 주인 아주머니의 목소리였다.
 “접니다.”
 나는 애써 매무새를 추스릴 의향도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의 몰골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와 이런 데예?”
 “나중에 자초지종을 말씀드릴 께예.”
 나는 피곤한 기색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방안으로 들어와 그대로 널브러졌다. 물에 흥건하게 젖은 옷을 입은 채 퍼드러져 잠을 자는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순 없었던지 그녀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총각, 이래 자면 감기 걸려요. 보일러 틀어줄 테니까 샤워나 하고 주무세요.”
 나는 아스라이 잦아드는 노곤함에 잠시 눈을 붙였다.
 “총각, 이제 샤워하세요.”
 내심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녀가 문을 두드렸다. 마음같아선 그대로 널브러져 잠을 자고팠건만 수시로 문을 두들기며 깨우는 통에 천근만근처럼 느껴지는 몸을 이끌고 샤워실로 향했다. 뜨끈뜨끈한 물이 머리맡에 와 닿자 얼어붙었던 두개골이 녹아나듯 관자놀이 주변으로 잔뜩 쪼려든 핏줄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온몸에 돋아난 소름이 따스한 기운에 아련히 녹아들자 그제서야 손가락 마디마디에 감각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정강이에 피가 돌고 발바닥에서 가려운 기운마저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 이 무슨 생고생이람?’ 한껏 쪼려든 거시기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자조 어린 푸념삼아 따뜻한 물로 문지르자니 푸르스름하던 끝자락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그제서야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그런 순간이었다.
 “주무세요?”
 “아닙니다.”
 “이럴 땐 뭐니뭐니해도 술이 최고예요. 한 잔 마시고 푹 주무세요.”
 “고맙습니다.”
 “제가 한 잔 따라 드릴까요?”
 “아-, 아닙...”
 채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한 잔 가득 술을 따랐다.
 “자, 그럼 전 이만 가볼 께예.”
 “예, 고맙습니데이.”
 그녀가 물러가자 머리맡에 술을 홀짝 들이켰다. 온몸으로 퍼져드는 취기를 뒤로 한 채 가만히 눈을 감았다. 책상 위 라디오에서 감미로운 선율이 나의 마음을 녹아들게 하였다. 아무 내막 모르는 사람들에겐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일 법한 그런 시간이었다.
 ‘이게 무슨 조화람? 지금 밖에선 온통 물바다로 야단법석일 텐데...’
 참으로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시내 큰 길을 중심으로 고지대와 저지대의 확연한 차이, 한 곳은 온통 물난리를 겪고 있건만 어찌 몰라도 그렇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내일 두고 보자’
 채 분노를 삭이기도 전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다음 날,
 하늘은 너무나 맑았다. 지난 밤 그토록 할퀴어진 도심도 한나절이 되자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다. 간밤의 분노도 바쁜 일상에 쫓겨 아득히 멀어져갔다. 그리고 큰 아픔일수록 잊혀지기도 쉬운지 태풍 글레이디스는 그렇게 잠시 스쳐지나가는 기억의 한 부분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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