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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이디스

이기희

 

 
Part 9
 
 
 

 

 “아저씨~! 아저씨~!”
나는 손을 마구 내저으며 전방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이에 한층 가까이 다가선 그가 뭔가 심상찮다는 것을 감지한 듯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뿔싸!
 이미 때는 늦었다. 사방으로 요동치는 불꽃 광염이 그를 확 끌어당겼다. 이에 질 새라 그는 몇 번 몸을 뒤틀며 휘청휘청하는가 싶더니 이내 앞으로 팍 고꾸라졌다. 그러자 넘실대는 물결이 그의 등걸을 주르륵 타고 올랐다. ‘지지직’ 뭔가 태우는 듯한 소리가 비릿한 내음과 함께 황톳물에 풀어헤쳐진 머리결 주위를 쫘-악 감쌌다. 물속에 머리를 처박은 채 잠시 꿈틀대던 그가 언제그랬냐는 듯 미동도 않은 채 하직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차마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순 없었다.
 “아저씨! 정신차리세요!”
 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질러대도 거세게 몰아치는 빗소리에 희석되어 그저 잔잔한 물거품으로 변하고 말았다. 난 후들거리는 다리를 가까스로 가누며 그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다시 조금 전에 맛보았던 그 느낌이 무릎팎을 타고 들었다. ‘지르르..’ 전신을 타고 드는 기운을 뒤로 한 채 그의 곁으로 바짝 다가섰다. 허리춤을 넘어 하복부쪽으로 전해져오는 찌릿찌릿한 기운에 난 더 이상 다가설 수 없었다. ‘행여 심장에라도 타고 든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타닥타닥’ 누런 왕관 모양으로 튀어오르는 물방울에 형광불빛이 혀를 날름거리며 다가왔다간 이내 허공으로 사라졌다. 손을 내밀면 금방이라도 닿을 듯한 지척의 거리였건만 왜 그리도 다가가기가 망설여지던지... 명치끝으로 쫘르륵 몰려드는 찌릿한 기운은 세찬 비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더욱 거세어졌다.
 “아-저-씨-!”
 포효하는 듯한 외침, 그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에 누런 황톳물마저 잔잔한 잔물결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머리를 잔뜩 수그리고 있던 그가 고개를 돌려 힐끔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 때다 싶어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그는 힘에 부치는 듯 이내 아래로 고개를 떨구었다. 마음 같아선 첨벙 뛰어들어 건져내고팠건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순 없는 일, 난 미친 듯 괴성을 질러댔다.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얼마나 소리를 질러댔을까? 그렇게 한동안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고 있자니 그가 정신이 번쩍 드는 듯 팔을 내두르기 시작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내젖는 격렬한 몸부림, 하지만 전신이 마비된 터라 그의 필사적인 몸부림도 단지 잔잔한 파고를 일으키는 부질없는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손을 내밀면 금방이라도 닿을 듯한 지척의 거리, 하지만 한 걸음 다가가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어떡 하나?’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하고 있자니 문득 우산 생각이 났다.
 ‘그래, 이거야!’
 난 우산 끝을 움켜쥐었다. 찰랑찰랑 넘쳐드는 물살에 몸을 실은 그가 어느새 한층 가까이 와 있었다. 살려고 얼마나 발버둥쳤을까? 부르르 떨리는 목덜미가 잠시 물위로 떠올랐다. 나는 이 때다 싶어 우산 손잡이를 그의 목덜미에다 걸고선 그대로 확 잡아당겼다. 그의 몸이 낚시줄에 끌려들 듯 붕 뜬 상태로 걸려나왔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푹 수그린 그의 얼굴을 들어올리며 허겁지겁 물었다.
 “.....”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한동안 나를 멀뚱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어서 나갑시더!”
 나는 그의 손을 잡아끌며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아이구, 내가 우야다가 이래됐지?”
 주적주적 내리는 빗물에 술취한 사람마냥 몸을 뒤뚱거리던 그가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아저씨. 전기에 감전됐어요.”
 “뭐라꼬예?”
 적잖이 놀란 듯 그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렇게 오랫동안 물속에 얼굴을 담그고 있었으니 오죽했을까? 전신에 맥이 풀린 듯 지친 몸을 나의 어깨에 걸쳤다. 나는 그의 몸을 부축하며 저만치 떨어진 주유소로 향했다.
 “아저씨! 여기 문 좀 열어주세요.”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어둔 색 옷을 입은 청년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었다.
 “오늘 저희들 장사 안하는 데요?”
 “아저씨! 그게 아니라 이 아저씨가 전기에 감전되어 그러니 잠시만 이곳에서 안정이라도 취합시다.”
 “예, 그러세요.”
 “고맙습니다.”
 그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얼마나 한기가 들었던지 입술이 파랗게 변해 있었고, 내내 온몸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저씨, 미안하지만 저기 있는 담요 좀 쓰도 되겠는기요?”
 나는 탁자 위에 놓인 초록색 군용담요를 집어들며 물었다.
 “그라이소.”
 그가 속에 든 화투장을 꺼낸 뒤 건네줬다.
 “아저씨! 여기 난로 없어요?”
 “난로요?”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한여름에 난로라니 아무 내막 모르는 그로선 황당할 수밖에...
 “아저씨! 여기 이 아저씨가 저 앞 전봇대에서 감전되어서 그라이까네 어지간하면 좀 찾아 주이소.”
 “글쎄요. 난로를 갑자기 준비할라카이까네...”
 “아저씨, 제발 좀 부탁하입시데이.”
 “그라머 여기 잠깐만 있어보세이.”
 그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곳저곳을 뒤지더니 비닐봉지에 넣어둔 전기난로를 꺼냈다. 푸르스름한 입술이 훈훈한 열기에 녹아들자 인사를 건넸다.
 “아이구, 아저씬 누군기요? 내 이거 고마워서 우야면 좋은기요?”
 그가 차디찬 손으로 나의 손을 부여잡으며 두 눈만 끔벅였다.
 “아저씨, 안자 정신이 좀 드는기요?”
 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 물난리에 아저씬 어디갈라꼬 그라는기요?”
 “지는 저-, 구룡포 사는데 어무이가 아파서 한약지어가다가 이래 안 됐는기요.”
 아니나 다를까? 조그만 약봉지가 아직도 그의 손에 칭칭 감겨져 있었다. 그 와중에서도 그것 만은 놓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아저씨! 그 먼 곳까지 우예 갈라꼬 그래샀는기요?”
 “지사마 형산강 다리만 넘으면 되는 줄 알았지예.”
 그의 말에도 일순 일리가 있었지만 그날만은 아니었다.
 “아이구-, 그래도 뱃놈이라 물에는 자신있었는데...”
 길게 탄식하는 듯한 어투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묘한 여운이 감돌았다.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지예.”
 “아무쪼록 절 구해줘서 고맙습니데이.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 께예.”
 “뭐 별일도 아닌데예 뭐?”
 그런 칭찬에 익숙하지 않았던 난 뒤통수만 긁적이며 겸연쩍어 했다.
 “와요? 지한텐 생명의 은인인데예.”
 “그래, 안자 몸이 좀 풀리는기요?”
 “암요.”
 “그라머 지는 이만 나가 볼께요.”
 “와요 갈 길이 바쁜기요?”
 “아이라예. 저기 또 나가가 지키고 있어야지예. 아무쪼록 아저씨 잘 해가 가이세이.”
 나는 모포짝을 뒤집어 쓴 채 난로불을 쬐고 있는 그를 뒤로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전에 있던 직원이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지는 저 구룡포에서 고기잡는데 언제 저희 집에 꼭 한 번 들러주이소. 지가 꼭 보답하께예.”
얼마나 경황이 없었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아무런 연락처도 건네주지 않고 훗날을 기약하다니... 나는 약봉지가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손을 흔드는 그를 뒤로 한 채 다시 전봇대가 있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Part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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