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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이디스

이기희

 

 
Part 6
 
 
 

 

 아파트 단지가 끝나고 좁다란 골목길로 들어서자니 그녀가 잡고있던 손을 풀어놓았다. 마을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물을 피해 집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나는 행여 그녀가 부담스러워할까봐 먼발치 물러서서 그녀를 따라갔다. 바로 그 때였다. 저만치 앞서가던 그녀가 갑자기 휘청거렸다. 나는 화들짝 놀라 허겁지겁 그곳으로 달려갔다. 산에서 내려온 세찬 물줄기가 가파른 경사길 맨홀에 정강이까지 푹 빠진 그녀가 기겁을 하고선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여차하면 하수구속으로 그대로 쑤-욱 빨려들 것만 같았다. 나는 잽싸게 그녀의 손을 낚아채고선 확 잡아끌었다. 무슨 일인가 마을사람들이 우르르 그곳으로 몰려들자 난 움켜잡고 있던 손을 슬며시 풀었다.
 “누구 여기다 팻말 하나 붙여주세요.”
 채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젊은이 하나가 누런 띠를 들고와 둥그렇게 둘러쳤다. 그녀의 말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을 보자니 새삼 그녀의 존재가 두드러져보였다. 그제서야 나는 왜 그들이 낯선 이방인들을 그토록 경계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제 다 왔어예.”
 좁다란 골목을 지나 한참 걸어 올라가자니 그녀가 잔뜩 구부린 허리를 펴며 뒤돌아보았다. 언덕배기 중턱에 오르자니 조금 외진 곳에 두어채 집이 눈에 띄었다.
 “이 집이예요?”
 “아니에요. 저의 집은 저기...”
 높다란 언덕배기에 대문 없는 집이 얼핏 눈에 띄었다. 대나무 숲에 반쯤 가려진 집이 도시 여느 집과는 다소 달라 보였다. 집 앞 공터엔 구들짝에 쓰일 법한 쓰인 돌무더기가 이름 모를 잡초에 묻혀 있었고, 앵두나무 한 그루가 비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었다.
 “이제 가볼께예.”
 이별에 익숙해진 난 서둘러 인사를 건넸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들어가셔서 차라도 한 잔...”
 차마 자신의 모습을 속속들이 보여주고싶지 않았던지 그녀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조로 말을 건넸다.
 “아닙니다, 옷도 자 젖어가지고...”
 궁색한 변명에 그녀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 같았다.
 “야-야, 누가 왔나?”
 그 때였다. 환갑을 넘긴 듯한 여인의 목소리가 대나무 울타리너머로부터 들려왔다.
 “예, 어머니!”
 몹쓸 짓을 하다 들킨마냥 언덕배기에 몸을 숨기며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정말 고마웠어예.”
 “왠 별 말씀을예?”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천천히 물러났다.
 “누가 왔으면 들어오라카지 왜?”
 다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나무 숲에 어리는 모습으로 봐서 이미 우리의 모습을 본 듯 했다.
 “아이라예!”
 애써 태연한 척 말문을 닫는 그녀의 모습에 무어라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이만...”
 나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한 채 돌아섰다.
 “조심해 가이세이.”
 그녀도 차마 돌아서기가 뭣했던지 한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난 그런 그녀를 향해 몇 번이나 발길을 돌려 ‘들어가라’ 손짓을 해댔다.
 그러기를 얼마나 해댔을까.
 짙은 어둠 속으로 그녀가 보이지 않게 되자 다시 모든 것이 현실이었다. 그녀와 같이 걸어올 땐 그리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건만 막상 혼자 집으로 돌아가자니 눈앞이 캄캄했다. 마을 어귀 아파트 단지를 지나 완만한 내리막길을 내려오자니 두 다리에 힘이 쭉 빠져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허느적거리는 몸을 이끌며 털레털레 집으로 향했다.
 “아~ 이게 뭔짓이람?”
 나는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못한 것에 대해 위안이라도 삼으려는 듯, 아니 꼭 그렇게라도 해야만 내 자신이 버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 그녀도...”
  갑자기 ‘여우와 포도’가 떠올랐다. 이미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체념에 따른 자위의식, 나 자신이 추구하던 바에서 원하는 보상이 없을 땐 늘 그런 마음이 뒤따랐다. 그렇게 발길을 돌리자니 왠지 모를 공허함이 엄습했다. 예전에 미처 느껴보지 못한 그런 허전함이었다.
 ‘.......’
 서둘러 마음을 다져 먹고 발길을 재촉했지만 채 넘어가지 않은 그 무엇이 자꾸만 치솟아 올랐다. 내 아닌 또 다른 존재가 내 속으로 파고 들 때 느껴지는 ‘메스꺼움’이었다. 합리적 판단에선 용납이 되질않는 비이성적 행위로 말미암은, 절제된 억압 속에 삐어져 나오는 역리현상의 결과물, 나는 입안 가득 퍼져드는 씁쓸함을 뒤로 한 채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사방은 이제 캄캄한 어둠 속에 잠겨있었다. 가로등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만이 후줄건히 내리는 빗속을 처량하게 지키고 있었다. 길거리를 지나는 인적은 끊긴 지 오래고 오가는 차량도 전혀 찾아볼 길 없었다.

 

 

 

 

 

Par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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