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hang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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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이디스

이기희

 

 
Part 11
 
 
 

 

 ‘저 전봇댄 괜찮을까?’
 이제 전봇대나 가로등 밑을 지나가기란 참으로 두렵기 그지없었다. 캄캄한 밤하늘에선 '쿠쿠쿵' 천둥번개가 일고 있었고, 도심공간에서 내가 지나가야할 공포의 대상은 너무나 많이 놓여 있었다. 난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모퉁이를 돌아 2차선 샛길로 접어들었다. 그곳도 전신주가 많긴 매 마찬가지였다. 이제 오도가도 못할 처지였다. 담벽 한 귀퉁이에 몸을 붙이고선 어떡할까 깊은 고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담너머 2층 양옥집에서 반쯤 열려진 문틈사이로 형광불빛이 환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뿌옇게 비치는 창문 속으로 커피잔을 든 여인의 모습이 길다랗게 비춰들었다. 난 한동안 갈 길을 잊은 채 그 집 담벼락 화단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그렇게 세차게 몰아치던 빗줄기는 어느새 잠잠하였고 조그만 샛골목 속의 황톳물 수위가 조금 낮아지는 듯했다. 저만치 창문너머로 간간이 피아노소리가 들리고, 그 때마다 누런 황톳물이 고름같은 농을 질질 흩뿌리기도 했다. 그런 물속에 발을 담그자니 왜 그리도 마음 조리고 몸이 움츠러들던지 난 차마 선뜻 나서질 못했다. 그렇다고 내내 여기서 머물 순 없는 일, 마음 같아선 초인종을 눌러 집주인에게 하룻밤 재워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고팠다. 그러나 그것은 다 마음뿐, 막상 용기를 내자니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난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상실감에 자리에 퍼질고 앉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자니 저만치 앞에서 차량 한 대가 뿌연 불빛을 내뿜으며 다가오고있었다.
 ‘그래, 여기 이대로 있다간 오도가도 못할 꺼야’
 난 마음의 결정을 단단히 한 듯 몸을 일으켜 세워 도로 중앙으로 나섰다. 전면이 완전히 잠긴 트럭이 뿌연 물살을 가르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선명하진 않았지만 조금 전에 보았던 그런 형태의 차량이었다.
 ‘혹시 그들이면 어떡 하나?’
 순간 한껏 부풀어 올랐던 기대감이 일시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래, 이제 그들이라도 어쩔 수 없어.’
 난 이미 마음의 결정을 단단히 한 듯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온몸으로 막으며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한동안 그러고 있자니 어이가 없다는 듯 운전사가 창문을 열었다. 차창너머로 보이는 그들은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아니었다.
 ‘아저씨! 지 좀 살려주이소!’
 나는 대뜸 그에게 다가가 애원하듯 매달렸다.
 ‘아저씨! 지가 가진 것 다 줄 테니 제발 집까지 좀 태워주이소.’
 손끝이 오므러들어 잘 집히지도 않는 손으로 호주머니를 뒤지자니 빠닥빠닥한 지폐 한 장이 언뜻 손에 잡혔다.
 ‘어저씨! 지가 가진 것은 이게 다 예요. 모자라면 집에 가서 더 줄 테니 제발 지 좀 살려주이소!’
 사정이 어찌나 급박하던지 무릎을 꿇고 빌라면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디 가는데예?’
 ‘오광장 동아쇼핑 뒤요.’
 ‘그라머 동아쇼핑 맞은편에 세워줄 테니 거기서 걸어가세이?’
 ‘아저씨! 안자 지는 물만 봐도 겁나는데 집 앞까지 좀 태워주면 안돼요?’
 ‘집이 어딘데예?’
 그가 짜증을 부리며 되물었다.
 ‘00 아파튼데...’
 ‘아이구, 아저씨! 넘어지면 코 닿을 덴데 마 그냥 걸어가소!’
 ‘내가 오죽 답답하머 이라겠는기요? 전기감전 한번 당하고 나이까네 가로등 밑은 죽어도 못 지나가겠는기라예. 그라이까네 수고스럽지만 아저씨가 집앞까지 좀 바래다 주이소.’
 ‘보소, 아저씨요? 우리도 수지가 맞아야 안되겠는기요?’
 이 와중에 수지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허지만 어쩌랴? 엄연한 현실인 것을...
 ‘예, 압니더. 젊은 놈 하나 살린다 셈치고 제발 좀 그래 주이소!’
 ‘허-참! 도로 하나 넘으면 집이 바로 거긴데 이래 고집 피우는 사람 처음 보겠네.’
 그가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차며 골목을 빠져나와 이내 오광장 큰길로 접어들었다. 그래도 딴엔 이곳 포항 지리를 잘 안다고 했건만 알고 보니 바로 지척인 것을 그렇게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나는 이런 와중에도 돈벌이를 위해 흥정하는 도시인의 비정함에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초인종을 울렸다.

 

 

 

 

 

Par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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