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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이디스

이기희

 

 
Part 8
 
 
 

 

 한 블락쯤 걸어갔을까? 가면 갈수록 물은 더욱 깊어졌다. 아무래도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아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렇게 몇 번 오가는 사이 이제 그가 일러준 방향마저 흐릿해졌다.
 “거참 이상하다. 분명 이 길로 가면 된다고 했는데...?”
 나는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마음에 어리짐작으로 큰길을 따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정강이에 닿을락 말락하던 물이 점점 더 깊어져 이젠 허벅지까지 차올랐고, 자꾸만 깊어지는 수심에 은근히 두려움마저 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뭔가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는 그 느낌, 물방울을 튕기며 다닥다닥 내리는 빗줄기가 왠지 예사롭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몇 자국 걷자니, 아니나 다를까? 뭔가 찜찜한 기분이 현실로 다가왔다. 다닥다닥 표면을 두들기며 거세게 내리는 빗줄기에 잔잔한 파고를 일으키며 점점이 피어오르는 담갈색 왕관들 사이로 뭔가 찌릿찌릿한 기운이 다리를 타고 전해져 왔다. 너무 지나친 과민반응이었나? 난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채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게 꼭 죽음의 그림자가 사방에 쫙 드리워져 있는 것만 같았다.
 ‘아니 이건...?’
 허벅지를 타고드는 그 찌릿찌릿함을 가만히 되새겨 보다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만치 앞에 커다란 대형트럭이 반쯤 잠긴 채 길가에 주차되어 있었고, 바로 그 옆에 가로등이 뿌연 빛을 내며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쳐들어 그 가로등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허공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가로등 밑으로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뿌연 가루들이 짙은 어둠을 헤집고 들어와 엷은 사선을 그으며 이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렇게 연면히 이어지는 송화가루를 가만히 바라보자니 하늘이 빙빙 도는 게 어느새 내 자신이 붕 뜨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느낌이 얼마나 좋던지 난 두 팔을 활짝 펼쳤다. 잠시 눈앞에 어리다 유성처럼 사라지는 은빛 날개, 난 그 별똥별을 잡으려 서산마루로 날아들었다. 잠시 꿈결처럼 감미로운 순간이 지나가는가 싶었는데,
 “00야! 00야!”
 어디선가 어머니가 느닷없이 팔을 내저으며 애처로이 나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나는 가지 말라며 애써 만류하는 어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우예 이 나이가 됐는데도 그래 못미더울꼬?.’ 뭔 일이 있을 적마다 사사건건이 관여하는 어머니의 손길이 마냥 부담스럽기만 했다. ‘어문이예, 안자 지도 지 갈 길 갈랍니데이. 그라이까네, 야속타 원망말고 제발 지 좀 가만 내버려두세이, 알겠지예?’ ‘아이구, 야야-! 거기가 어딘 줄 알고 카나? 제발 좀 바보짓하지 말거래이.’ 어머닌 행여나 그곳에 뛰어들기라도 할까 안절부절하며 나의 길을 가로 막았다. ‘거기가 어딘데예?’ ‘니, 부로 카나? 제발 좀 정신 차리거래이! 거기 가면....’ 차마 그것까진 말릴 수 없었던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어머닌 눈물을 글썽이며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다. ‘예?...’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움찔 뒤로 물러났다. 난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가까스로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죽음의 제물을 놓친 그곳은 마치 포효할 듯 요동치고 있었다. 그렇게 막 죽음의 그림자를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아니 이게 어찌된 영문인가! 마귀가 머무는 곳엔 꼭 재앙이 찾아든다고 하였던가? 그렇게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고 나오는데 정작 희생의 재물은 맞은편에 있었다. 나는 고개를 내밀어 앞을 내다보았다. 저만치 앞에서 희끔한 물체가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물을 저벅저벅 가르며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질 않은가! 한 치 앞길도 모르는 이방인의 운명, 나도 모르게 손을 앞으로 내밀어 가로 저었다. 그도 이런 나의 모습을 보았는지 얼굴을 쳐들어 힐끔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다가오지 말라 마구 손짓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나의 애타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앞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그의 눈엔 나의 이런 손짓이 무의미했을런지도 모른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서 손을 마구 흔들어대고 있으니 온전하게 보일 리가 있었겠으랴? 아니면 그렇게 만류하는 손길이 그에겐 환영의 표시로 보였을런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난 결국 그의 운명을 재촉하는 꼴이 아닌가!
 “아저씨! 여기 오지 마세요!”
 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서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다닥다닥 바닥을 후려치는 비소리에 뒤섞여 멀리 나아가지 못하고 전봇대 주위에서 맴돌았다. 그는 거세게 내뱉는 고함소리를 듣긴 들었는지 귀를 쫑긋하고선 잠시 주춤했다. 이제 몇 발짝만 내디디면 팔딱팔딱 살아 날뛰는 그 소용돌이에 말려들게 된다. 인식의 견인차에서 간발의 차이로 이승에서 작별을 고하는 존재의 가벼움, 하지만 난 그렇게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비록 나의 애절한 몸짓이 그의 운명을 재촉한다손 치더라도 끝내 포기할 수 없었다.
 “아저씨~, 여기 오지 마세요!”
 손을 내두르며 외쳐대는 통에 그가 잠시 발길을 멈추는가 싶더니 허겁지겁 전봇대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Part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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