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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이디스

이기희

 

 
Part 7
 
 
 

 

 ‘이제 우예 돌아갈꼬?’
 막상 집으로 돌아갈려니 넓다랗게 펼쳐진 제철단지 산업도로가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갔다. 만에 하나 지나가는 차라도 있으면 붙잡고 늘어질 양이었다. 그렇게 단단히 마음을 다져먹고 터벅터벅 길을 걷고 있는데, 저만치 뒤에서 희끔한 불빛이 보였다. 차였다. 좀처럼 눈에 띄지 않던 차가 거센 빗줄기를 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도로로 뛰어들어 차를 세웠다. 그러나 그 차는 저만치 비켜 지나가려고 했다. 이럴 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가 최상의 방책이었다.
 “아저씨!”
 주륵주륵 빗물을 걷어내는 차창 앞에서 다짜고짜 매달렸다.
 “.....”
 잠시 정적이 흐르는가싶더니 봉고차 문이 드르륵 열렸다.
 “아저씨! 저 좀 태워 주세요!”
 “.....”
 어두컴컴한 차 속에 구조요원인 듯한 사람 몇몇이 비옷을 걸친 채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 쪽 형산강 다리까지만 좀 태워주이소!”
 “.....”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흘깃 눈짓을 보내자 조그만 자리가 생겼다.
 “예, 고맙습니데이.”
 나는 연신 고개를 읊조리며 차에 올랐다.
 “.....”
 꽉 조이는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자니 비옷이라기 보단 완전 방수가 되는 두툼한 고무옷을 입은 사람들 다리 밑으로 큼직한 공구통이 놓여있었고, 이곳 저곳에 가지런하게 감겨진 전선줄이 보이기도 했다. 꽉 다문 그들 모습으로 봐선 필경 무슨 사건이 터진 듯한 인상이었다.
 “아저씨, 이 차 어디 가는데예?”
나는 내심 행선지가 같은 곳이지나 않을까 조심스레 물었다.
 “아-, 우리요? 우리는 해도동 가요. 그 가가 늘짜 줄테이까네 거기서 걸어가세이.”
그곳 책임자인 듯한 사람이 퉁명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예, 알겠심더.”
 “그건 그렇고, 아저씬 와 이 밤에 어딜 갈라카는기요?”
다시 그가 말문을 열었다.
 “아-, 예. 아가씨를 바래다 주다 보이 그래됐네예.”
 “아가씨라카머 애인이라도 되는 모양이지예? 그라머 자고 가지 이 물난리에 우예 갈라꼬 이래 샀는기요?”
 다소 분위기가 밝아진 듯 하자 옆 자리에 앉은 구명복 차림의 아저씨가 말을 받았다.
 “아니라예. 생전 처음 보는 아가씨였어예.”
 “뭐라꼬예? 생판 처음 보는 아가씨를 와 바래주었는기요?”
 “그러게 말이라예. 나도 오줄없는가봐예.”
 “우쨌기나 그래 좋은 일 했이까네 복받겠네예.”
 “뭐 바라고 한 거 아이라예. 하다보니 그래 된 거지예. 그건 걸코, 아저씨들은 마알라꼬 해도동 가는기요?”
 “우리요? 말도 마소. 지금 시내엔 난리난 기라예. 곳곳에서...”
 이 때였다.
 “이봐요, 김씨!”
 책임자인 듯한 사람이 서둘러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
 다시 무거운 중압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동안 무거운 정적이 흐른 뒤 몰려드는 졸음에 난 고개를 수그린 채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다. 잠시 시큼한 기운이 콧날에 전해지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다. 커다란 공구상자 너머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얼핏 눈에 들어왔다. 소스라치게 놀라 움찔 몸을 웅크린 뒤 난 애써 태연한 척 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이 졸려 죽을 것만 같았다. 아랫도리는 한없이 저려들기만 하고, 금방이라도 차창 밖으로 뛰쳐나가고픈 생각뿐이었다.
 “무슨 수를 써야 되지 않을까요?”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이 조수석에 앉은 사람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갑자기 분위기가 살벌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 아-, 이걸 어쩌나?’
 난 모든 걸 포기한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뻐득뻐득한 고무옷 자락이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우리 손을 안 거치는 방법도 있잖아!”
 책임자인 듯한 사람이 역정을 내며 한마디 내뱉었다.
 “알겠심더.”
 딱 부러지게 말하는 기사 아저씨의 말투가 얼마나 무시무시하던지 하마트면 고함을 지를 뻔 했다.
 “자-, 다 왔으예. 아저씬 여기서 내려 걸어가세요. 마음같아선 오광장까지 태워주고 싶지만 우린 지금 어디 가봐야 되거든요.”
 그가 차를 인도쪽에 바짝 붙혀 세웠다. 문을 열자 사방은 온통 물바다였다. 억수같이 퍼붓는 빗속이라 어디가 어딘지 언뜻 구분이 가지 않았다.
 “아저씨! 여기가 어디예요?”
 “여기요? 해도동인데 저쪽으로 걸어가면 돼요.”
 운전사가 손으로 방향을 잡아가며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한참 설명을 듣고나니 그제서야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아저씨! 고마워예.”
 “뭘요. 우쨌기나 조심해가 가세이.”
 “예, 그라께예.”
 어째 ‘조심해서 가라’는 말이 대수롭잖게 들리는 게 영 기분이 떨떠름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일...? 나는 물속으로 첨벙 뛰어내렸다. 허벅지까지 물이 차오르자 오금이 바짝 조여들었다. 갈 길이 바쁜 듯 봉고차는 이내 물살을 가르며 츠르르 사라졌고,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은 여전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가가 어디지?’
 억수같이 퍼붓는 빗줄기에 몇 미터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였고, 누런 황톳물에 한번쯤 와봤음직한 도로마저 생판 낯설게만 느껴졌다. 나는 조금 전에 운전사가 일러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Part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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