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목격한 건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겨울 나절이었다. 저만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길모퉁이 한 켠에
두툼한 옷을 걸친 그가 빵가게 앞 계단 난간에 팔을 걸친 채 앉아있었다. 머리는 아주
짧게 깎았고, 커다란 눈매에 유난스레 흰자위가 많았으며 반쯤 돌아간 입에선 침이 질질
괴어 나오고 있었다. 땟물이 배어 꾀죄죄해진 회색 파카는 얼마나 콧물을 훔쳐댔던지
소맷자락이 뻐득뻐득하게만 보였다. 헐렁한 바지를 넥타이로 칭칭 동여맨다고 하였지만
반쯤 여며진 지퍼 사이로 두툼한 내복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비쳤던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그를 쳐다보았건만 그는 애써 그것을 고쳐 맬 기색조차
내비치지 않았다.